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지난 11일(현지 시간) 돌아가셨다.
1937년 생인데 생일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88세.
세상이 어지럽다보니 좋아하는 예술가의 죽음을 며칠 지나서야 알게 됐다.
호크니의 『명화의 비밀(Secret Knowledge)』 번역본이 나왔을 때, 거금을 주고 사서 마르고 달도록 읽었다.
호크니는 과거의 르네상스 거장들은 어떻게 갑자기 사진처럼 완벽하고 생생하게 세상을 재현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매달렸다.
2001년,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광학 전문가인 찰스 팔코(Charles M. Falco)와 함께 발표한 이 책은 이른바 '호크니-팔코 가설(Hockney-Falco thesis)'이라 불리며 미술사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1999년 1월,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의 작은 깨달음이었다. 19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거장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작은 초상화 드로잉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호크니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망설임 없이 한 번에 그어진 매끄러운 선, 지우개질의 흔적이 거의 없는 완벽한 비례와 묘사는 단순히 눈으로만 대상을 보고 손으로 옮기는 '눈 굴리기(eyeballing)'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직감했다. 호크니는 앤디 워홀이 사진을 캔버스에 투사해 윤곽선을 베껴 그렸던 방식을 떠올렸다.
그가 해답으로 지목한 것은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라는 광학 기기였다. 카메라 루시다는 프리즘이나 반투명 거울을 통해 화가 앞의 피사체를 도화지 위에 가상으로 투영해 주는 장치다. 호크니는 직접 골동품 카메라 루시다를 구해 친구들의 초상화를 그려보며, 이 도구가 모델의 윤곽을 정확히 포착하고 시간을 절약하는 데 얼마나 획기적인 도움을 주는지 스스로 증명해 냈다.
앵그르에서 시작된 호크니의 집요한 탐구는 팔코의 도움을 받아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북유럽 회화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1420년대 무렵 유럽 회화에서 갑작스럽게 옷 주름이 완벽하게 묘사되고 원근법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이유를 오목 거울과 렌즈의 사용으로 보았다.
대표적인 증거로 지목된 작품이 바로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명작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이다. 당시의 렌즈가 만들어내는 초점 영역은 30~50cm 정도로 매우 좁았다. 따라서 화가들은 캔버스나 렌즈를 움직여가며 대상의 각 부분을 따로 투영하여 화면에 이어 붙여야 했다. 이로 인해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의 샹들리에는 얼핏 완벽해 보이지만, 기하학적으로 분석하면 여러 개의 소실점을 가지는 몽타주임이 밝혀졌다.
이 도발적인 가설이 2001년에 책으로 출간되자, 서구의 주류 미술사학자들과 큐레이터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는 위대한 천재들의 업적을 마치 기계의 힘을 빌린 속임수로 깎아내린다는 분노 때문이었다. 역사학자들은 당시의 거울이나 유리 품질이 이미지를 투영할 만큼 정교하지 못했다며 학술적인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크니의 의도는 결코 선배 거장들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어떻게 속임수가 될 수 있느냐며 억울해하면서도, 오히려 거장들을 깊이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항변했다.
"도구를 사용했다고 해서 예술적 성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던 엄청나게 영리하고 기지가 넘치는 사람들이었을 뿐입니다.“
렌즈가 상을 투영해 준다고 해서 누구나 명작을 그릴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맺힌 상을 따라 그리는 것은 여전히 엄청난 훈련과 관찰력이 필요하다. 호크니에게 이 모든 발견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고 정확하게 캔버스에 담아두고 싶었던 과거 예술가들의 눈물겨운 호기심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호크니를 왜 좋아하는지 답하라고 하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몇 시간을 떠들 수 있다.
그런데 그의 사망 기사 중에 제목을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별세···‘예술가의 초상’ 생존작가 최고 경매가 기록”이라고 단 걸 보니 씁쓸하다. 작품이 비싸야 거장인가? 작품 가격으로 거장 순위까지 매기려나?
데이비드 호크니 행님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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