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의 기운이 예전 같지 않아 인생의 지형 곳곳에 ‘허(虛)’가 생기는 과정이다. 젊은 시절의 당당했던 기세가 빠져나간 자리에 예기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라는 찬바람이 들이닥치기 마련이다. 비보풍수가 마을의 부족한 기운을 비보림(숲)으로 메워 재앙을 막듯, 노년의 부부가 한 방을 쓰는 행위는 서로의 존재로 그 생명의 빈틈을 메우는 가장 따뜻하고도 강력한 '인간 비보'다.
서로의 숨소리를 공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잠자리를 같이 하는 차원을 넘어, 상대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가장 정밀한 레이더를 가동하는 일입니다. 깊은 밤, 문득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나 평소와 다른 뒤척임은 그 어떤 첨단 의료 장비보다 빠르게 위급 상황을 알리는 신호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편안함을 취하는 대가로 어쩌면 생사의 골든타임을 담보 잡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풍수에서 비보(裨補)란 결코 화려한 치장이 아니다. 그것은 부족함을 인정하고 보살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낡아가는 육신이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것, 코골이 소리를 자장가 삼아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풍파 많은 세상에서 내 가정을 지키는 마지막 비방(秘方)이다.
편리함이 귀함을 앞지르는 시대라지만, 부부가 한 방에서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며 잠드는 풍경은 그 자체로 가장 완벽한 명당의 완성이 아닐까. 그러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서로의 ‘허’를 메워주며 곁에 머무르자. 얕은 숨소리 하나가 당신의 밤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비보림이 되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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