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작가의 <붉은 칼>
작가의 <저주 토끼>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 소설도 기대가 컸다.
작가의 말을 읽지 않고, 리뷰와 평도 일부러 보지 않은 채
무작정 첫 장을 넘겼다.
다짜고짜 시작되는 전투, 그것도 외계 행성에서의 전투
묘사가 치밀해서 싸우는 상황을 이미지로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SF답게 배경과 상황이 낯설어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저 묘사의 힘만으로 읽어가면서
왜 싸우지?
여기가 어디지?
같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의문은 조금씩 의문이 풀어졌는데
결정적으로, 이스포베딘이
"전쟁 따위 필요 없어. 우린 이미 다 죽었어. 우린 모두 속았어."
라고 외친 말에서 제대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한참 읽던 중에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정보라 작가라면 이 이야기가 마냥 SF로 그치지 않을텐데
어떤 현실을 차용하고 은유할까?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한 가지가 아닌 현실의 여러 상황이 떠올랐다.
작가의 말을 읽고
이 이야기의 모티프가 '나선정벌'이라는 역사적 사건이었다는
것을 알고 무릎을 쳤다.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린 것이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우크라이나 전쟁과 123 내란....
세상을 전쟁터로 만드는 제국은 국가만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현실 곳곳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
우리는 단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인데
제국들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 때문에 가지 못하고
가기 위해서 끝없이 싸우고, 또 싸운다.
주인공인 붉은 칼 크리스나와 동지들처럼
평등하고 존엄을 보장 받는 안전한 세상, 허망한 꿈일지도 모르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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